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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잣돈을 쉽게 만드는 방법
학문적으로 검증된 사실은 아니지만 비 오는 날에는 확실히 택시 잡기가 어렵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신 택시를 타려는 사람이 늘어나서일 수도 있고, 좋지 않은 날씨에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져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현상은 심적 회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수입과 지출 항목에 따라 각각 다른 심적 회계 장부를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루, 일주일, 한 달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합산합니다. 특히 프리랜서들은 수입 목표를 정해 놓고 목표를 달성하면 일을 그만두거나 목표 이상으로 번 돈을 추가 수입으로 여기고 쉽게 써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택시 운전사 역시 부분적이나마 수입을 스스로 관리하는 직업군에 속합니다. 미국 학자들은 뉴욕의 택시 운전사들이 수입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해 조사해보았습니다. 뉴욕에서는 택시 운전사들이 일정 금액을 내고 택시를 빌려 운행합니다. 경제학적으로보면 손님이 많아 돈이 잘 벌리는 날은 운행을 오래 하고 손님이 적은 날은 일찍 집에 들어가 쉬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런데 뉴욕 택시 운전사들은 마음속에 하루 목표 금액을 설정해 놓고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목표 금액에 도달하면 일을 끝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벌이가 잘되는 날은 일찍 퇴근하고, 벌이가 안 되는 날은 늦게까지 일을 하게 됩니다.
이제 왜 비오는 날 택시가 안 잡히는지 감이 오실꺼라 생각합니다. 맑은 날에는 느긋하게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택시를 타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목표 금액을 채우려는 택시 운전사들은 늦게까지 일합니다. 반면 비가 오는 날은 택시를 타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목표 금액을 금방 달성하고 평소보다 일찍 퇴근합니다. 그래서 비 오는 날에는 택시 잡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심적 회계 Mental Accounting
기업들이 회계 장부를 작성하는 것처럼 사람들도 저마다 마음의 회계 장부를 작성해 돈을 인식하는데 이를 '심적 회계'라고 합니다. 행동 경제학의 대부이자 '넛지'의 저자로 유명한 리처드 탈러가 만든 개념입니다.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5만 원을 벌었을 경우, 왠지 그 돈은 함부로 쓰는 대신 아껴서 다른 곳에 써야할 것 같습니다. 반면에 길에서 5만원을 주운 경우에는 땡잡았다는 기분이 들어 평소에는 사지도 않을 물건에 돈을 쓰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돈을 구분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복권 당첨자의 3분의 1이 5년 내에 파산하는 이유도, 복권 당첨금을 '공돈'으로 생각하여 무절제하게 쓰기 때문입니다.
이런 심적 회계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없애는 최고의 전략은 '망설이기'입니다. 심적 회계는 말 그대로 마음속 장부이기 때문에 쉽게 바꿀 수 있습니다. 로또 당첨, 연말 정산 환급금, 선물 등 기대하지 않은 돈이 생겼다고 해보겠습니다. 이런 돈을 '기타 계정'으로 분류하면 흥청망청 써버리기 쉽습니다. 대신 '노후 대책 자금'과 같은 계정에 넣는다면 함부로 쓰지 못합니다. 계정을 자유자재로 바꿔야 할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망설이기' 전략입니다. 당장 지출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여유를 두는겁니다. 세금 환급금을 받았다면 당장 이돈을 어디에 쓸까 생각하지 말고 석 달만 기다려보시길 바랍니다. 석 달 후면 세금 환급금은 '공돈'이 아니라 소중한 재산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즉 쉽게 지출할 수 없는 돈이 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기타 계정'으로 분류하고 써 버리는 소액 지출들은 더 철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이 전략의 핵심은 푼돈을 목돈으로 바꾸어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한 쇼핑 항목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한 달 동안 자질구레한 소액 지출 내역을 일일이 기록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동안 별 생각 없이 쓰던 작은 돈이 얼마나 큰돈이었는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종잣돈을 쉽게 만드는 방법은 바로 마음의 심적 회계를 확실하게 잡는 것입니다. 나에게 그냥 들어오는 돈, 아무렇게 않게 매달 습관적으로 쓰는 돈을 아껴서 푼돈을 목돈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해답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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